‘윈도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라는 제목은 다른 OS를 활용하는 유저들에겐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로만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표현이죠. 2020년 기준으로도 가장 많이 쓰이는 Window 10과 Window 7의 점유율은 전 세계적으로 70%가 넘어갑니다. 절반만 넘어가도 유의미한 다수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70~80% 정도의 점유를 보이는 현재 수치로도 충분히 ‘지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Mac OS의 경우도 많은 사랑을 받고 그만의 개성과 장점이 있지만 아직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90년대 후반의 IT 붐 이후 지금까지 지배적인 OS는 꾸준히 MS의 Window였습니다. 오늘은 윈도우의 초기 역사를 통해 이 OS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왔으며, 지배적인 위치를 점유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Window의 탄생

윈도우는 1981년 프로젝트명 Interface Manager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당시만해도 MS-DOS가 주력 OS였던 MS는 DOS기반에서 더 효과적인 업무처리 기능을 부가할 고민을 하게됩니다. 이로써 새로운 OS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결과물이 Window였죠. 이프로젝트는 1983년 11월 Window라는 명칭으로 공개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됩니다. 초기 형태를 구축한 당시만해도 Apple의 메킨토시와 너무 닮은 부분이 많아서 상당히 많은 부분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출시가 상당히 늦어지게 됩니다. 85년 Window 1.0이 등장했지만 Apple의 GUI를 흉내낸 수준이었습니다. GUI 기술에 대해선 후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당시 Window로서는 이 기능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 조차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초보적인 포인팅과 클릭만 지원했죠. 이 사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당시만해도 MS와 그들의 OS의 위상이 지금같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 대한 설명을 잠시 드리자면, 당시 IT 세계를 점거한 두 거인은 Apple과 IBM이었습니다. 두 기업 모두 Personal Computer 시대의 시작과 함께 성장한 기업입니다. MS는 이들 중 IBM의 PC에 OS를 공급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던 소프트웨어 기업이었죠. 즉 80년대만해도 소프트웨어 혁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하드웨어 기업들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OS 역시 Apple의 DOS와 MS-DOS가 함께 경쟁중이었습니다.

2. Window 2.0

상술했듯 Window 1.0이 등장했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의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수많은 마이너 업그레이드(메이저 업그레이드가 버젼 전환같은 큰 변화라면 마이너 업그레이드는 그 아래 단계의 하위 업그레이드입니다.)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1987년 Window 2.0이 등장하죠. 2.0에서는 다중 창을 띄우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기능의 강화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기존 DOS용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성공하지 못합니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능 강화 뿐 아니라 하위 OS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조건이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Window는 마우스와 키보드등 주변 기기들에 직접 접근해서 제어하는 시스템을 탑제했고, 이는 더 편리한 프로그래밍 환경을 구축해줬죠. 그럼에도 초기에는 앞선 하위 호환 문제와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엔지니어들의 외면을 받았죠.

3. GUI 그리고 Window의 반격

Window가 지금처럼 지배적인 OS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앞서말한 GUI 서비스 제공입니다. 이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역사를 뒤로 돌려보겠습니다. GUI는 Graphic User Interface의 약자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PC에 적용된 기술입니다. 즉 마우스로 그래픽화된 명령어를 선택(클릭)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죠. 그 이전만 해도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직관적인 이용이 불가능했죠. GUI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쉬운 활용을 제공해 PC 혁명을 앞당긴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 기술은 1973년 제록스 파크 연구소라는 실리콘 밸리의 한 연구소에서 개발됩니다. 이후 이 기술은 애플의 야심작 ‘매킨토시’에 적용되면서 처음 세상에 공개됩니다. 그러나 매킨토시의 가격은 너무 비쌌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상용화 수준에서 그쳤고 범용성을 가지지 못했죠. 이를 바라보던 빌 게이츠의 MS는 GUI가 히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Apple사에 일정 수준의 라이센스 이용을 합의하는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Window 1.0에 GUI기능을 탑제하죠. 그러나 Window 1.0은 GUI를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이 조악한 구현은 시장의 외면으로 이어지죠.

그럼에도 MS는 GUI 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했고, Window 2.0에 들어서면서 Apple과 동일한 수준의 GUI를 구현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Apple은 매킨토시의 GUI 형식과 ‘모습과 느낌’이 너무 동일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게 됩니다. 당시 189가지의 형태, 패턴등을 예시로 들며 지적 재산권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걸게 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Look & Feel’ 위반 소송이죠. 하지만 법원은 189개 요소 중 179가지는 기존 라이센스 합의 수준을 지켰고, 10가지는 지적 재산권 보호 권한 밖이라며 무죄를 선언합니다. 이제 Window는 GUI를 활용해 더 발전할 기반을 다졌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GUI를 애초에 개발한 제록스 파크 연구소에서도 Apple에게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 소송은 기간이 3년이 지나 기간 만료로 취하되었지만, PC 혁명 초기 얼마나 많은 소프트웨어 아이디어가 동의 없이 혹은 정당한 비용의 지불 없이 도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Apple은 소송에서 패하고 MS의 Window는 IBM의 PC와 함께 보다 저렴한 GU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후에 새로운 버젼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Window의 독점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죠.

4. Window 3.0과 MS office

1990년 등장한 Window 3.0은 세계적인 히트를 칩니다. 그 전까지 구축한 GUI 시스템을 더 정교화했습니다. 또한 1989년부터 처음으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묶은 MS office를 제공하기 시작하죠. office는 GUI만큼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그 전까지 사용하던 워드 퍼펙트, 로터스 등을 무찌르며 MS 최초의 킬러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습니다. 또한 2년뒤인 1992년 윈도 3.1 업데이트를 통해 더 완벽해진 멀티태스킹과 가상 메모리, 가상 디바이스 드라이버의 향상으로 MS-DOS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MS는 DOS 기반에서는 더 혁신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1992년 완전히 새로운 OS를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5. Window 95와 95%

DOS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1994년까지 신제품을 등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획은 차질이 생겼고, 기획한 프로젝트를 엎어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또한 DOS 기반이 아닌 OS의 경우 하위 버젼인 DOS 소프트웨어의 호환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1995년 예정보다는 늦어졌지만 Window 95가 등장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일단 DOS를 벗어나 더 확장성 있는 OS를 구축했고 하위 호환은 DOS 7.0을 함께 제공함으로서 해결했습니다. 지금까지 window의 상징과도 같은 ‘시작’버튼도 이때 처음 등장했습니다. 원숙한 GUI, office등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거기에 DOS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더해지면서 Window 95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둡니다. 등장 이후 전 세계 OS 시장의 90%를 석권하게 된 것이죠. 특히 95 만큼은 아니지만 Window 98역시 성공을 이어가면서 OS 시장의 95%를 점유하는 절대적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지금 OS 시장의 점유는 이때 시작된 것이죠.

6. Window. 결론과 의미

앞도적인 점유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가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후 Office,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등 MS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여러 논란을 만들어 냅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90% 이상 달하던 OS 시장의 지위에선 내려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논란만으로 기억될 순 없습니다.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이뤄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혁신은 분명히 인정되야 합니다. GUI 기술만 보더라도 제록스 연구소가 개발하고 Apple이 상용화한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Window에 이르러 비로소 대중적인 기능으로 보편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office 등 킬러 소프트웨어의 등장도 Window의 기반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하드웨어만큼 중요해지는 변곡점이 생기죠.

Window를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MS의 위상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그러나 출시 이후 그들은 Apple, IBM을 재치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뛰어오릅니다. Window의 등장은 하드웨어의 표준을 제시하는 혁명이었고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도 혁신적으로 개선했습니다. Window가 좋던 싫던, 사용하던 사용하지 않던, 이 기술이 인류 IT 발전에 혁신적인 이정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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